어둠의 심리학 열여섯 번째 수업
“심리적 게임 – 일상 속에서 조종이 일어나는 패턴들”
1. “우리는 매일, 심리적 게임을 한다”
회사 회의실.
“팀장님, 이번엔 제가 먼저 발표해 볼게요.”
의욕적으로 손든 후배가 말하자, 옆에 앉은 선배가 웃으며 덧붙인다.
“좋은 시도네. 그런데 지난번처럼 엉망이면 안 되지?”
그 순간, 후배의 눈빛이 흔들린다. 회의실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
선배는 조언의 탈을 쓴 비난을 던졌고, 후배는 ‘도전’ 대신 ‘공격’을 당한 듯 움츠러든다.
이것이 바로, 심리적 게임의 시작이다.

심리적 게임(Psychological Games)은 에릭 번(Eric Berne)의 '상호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 이론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조종-방어-반응의 패턴을 말합니다.
게임처럼 룰이 있고, 참여자가 있으며, 늘 예측 가능한 결말로 향하지요.
이 게임은 장난이 아닙니다.
마치 바둑처럼 정교하고, 무의식처럼 깊으며, 관계를 소리 없이 병들게 만드는 심리 전술의 무대입니다.
2. 대표적인 심리적 게임 유형들
✅ 1) 구원자-피해자-가해자 삼각관계 (Karpman Triangle)
이 게임은 세 가지 역할이 끊임없이 바뀌며 이어지는 관계 패턴입니다.
- 구원자(Rescuer) : “내가 도와줄게.”
- 피해자(Victim) : “난 늘 당하기만 해…”
- 가해자(Persecutor) :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처음엔 '착한 사람'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피로하고 억울한 감정만 남습니다.
예시 :
팀 프로젝트에서 혼자 모든 걸 책임지려는 직원(구원자)은 “왜 나만 일하냐”며 짜증을 내고,
일은 안 하면서도 불평하는 팀원(피해자)은 “나는 늘 무시당한다”라고 말하고,
마지막엔 상사(가해자)가 “이게 팀워크냐!”라며 모두를 꾸짖습니다.
추가예시 1 –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게임
딸 : “엄마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난 이 시험 망쳤을 거야.”
엄마 :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네가 필요하니까 해주는 거야.”
며칠 후 엄마 : “도와줬더니 이제는 당연한 줄 아네?”
→ 처음엔 '구원자', 나중엔 '피해자', 끝엔 '가해자'로 전환.
추가예시 2 – 직장에서의 역할 전환
팀원 A : “선배가 없었으면 이번 프로젝트 망했을 거예요.”
선배 B : “그래, 다음에도 내가 책임질게.”
이후 팀원 A가 실수하면?
선배 B: “왜 넌 맨날 내 말 무시하냐?”
→ 관계는 균형이 깨지고 감정적 채무가 생깁니다.
※ 이 게임의 핵심은 세 명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세 역할이 계속 바뀐다는 점입니다.
어제의 구원자는 오늘의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언제든 감정 조종자로 돌변할 수 있죠.
✅ 2) “하지만...” 게임 (Yes, But…)
가장 자주, 그리고 교묘하게 나타나는 심리 게임.
A : “산책을 해보는 건 어때요?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B : “좋은 생각이긴 한데, 시간이 없어요.”
A : “그럼 짧게라도 걸어요.”
B : “근데 요즘 날씨가 안 좋아서…”
무한 반복. 대화는 겉보기엔 '상담'이지만, 실상은 '관심 유도'에 가깝습니다.
추가예시 1 – 연애 상담 상황
A : “그 사람이 너무 매몰차게 대하면, 그냥 연락을 끊어봐.”
B : “그렇게 하면 더 멀어질까 봐 무서워…”
A : “그러면 직접 감정을 표현해 봐.”
B : “그 사람은 감정을 말하면 부담스러워해…”
→ 계속되는 반박은 사실, 해결보다 공감과 위로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추가예시 2 – 직장 회의에서의 반복 패턴
팀장 : “고객 응대를 표준화해 보는 건 어때?”
팀원 : “좋은 생각이지만 우리 고객은 워낙 케이스가 다양해서요.”
팀장 : “그럼 FAQ 형태로 시작해 볼까?”
팀원 : “근데 그걸 다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 것 같아요…”
→ 해결을 위한 회의 같지만, 변화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는 경우.
이 게임의 목적은 해결이 아니라 관심과 감정적 보상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변화나 행동은 일어나지 않으며, 도와주는 쪽만 점점 지칩니다.
✅ 3) “사기당한 사람” 게임 (I've Been Had)
“나는 믿었는데, 배신당했어!”
처음엔 상대를 신뢰하고 따르지만, 나중엔 그 신뢰를 ‘테스트’ 하기 위해 일부러 뒤통수를 맞은 듯 행동합니다.
“당신만 믿고 맡겼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핵심은 진짜 배신이 아니라 ‘상대의 신뢰를 시험하려는 무의식적 조종’에 있다는 점입니다.
추가예시 1 – 연애에서의 심리 테스트
연인 A : “난 널 믿어. 그래서 내 비밀번호도 알려줄게.”
연인 B : “와 진짜? 나도 그만큼 믿을게.”
며칠 후 : A가 B의 휴대폰을 잠깐 봤다고 폭발.
→ “이럴 줄 알았어. 너도 결국 날 속인 거잖아.”
→ 진짜 화난 게 아니라, 스스로 믿음을 줬다가, 상처받고 싶은 무의식이 작동한 것.
추가예시 2 – 회사에서의 ‘배신감’ 호소
팀장 : “이건 당신한테만 맡기는 거예요. 당신이라 가능할 것 같아서요.”
직원 : (열심히 일함)
팀장 : (결과가 기대 이하) “역시 무리였나…”
직원 : “믿고 맡기신다더니 왜 결과로 평가하세요?”
→ 처음엔 기쁨, 끝엔 분노. 이것이 ‘배신 게임’의 정석입니다.
결과는 늘 같죠.
피해자로 남아 상대에게 죄책감을 주거나, 스스로 우월감을 확인합니다.
✅ 4) “네가 먼저 해봐” 게임 (Why Don’t You… Yes, But…)
해결책을 제시하면, 그걸 하나하나 반박하며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를 유지합니다.
A : “그 사람한테 솔직히 말해봐요.”
B : “그럼 사이가 더 나빠질 것 같아요.”
A : “그럼 잠시 거리를 둬보세요.”
B : “그럼 너무 쓸쓸할 것 같아요.”
A : “…그럼 어떻게 싶은데요?”
B : “잘 모르겠어요…”
추가예시 1 – 친구 상담 상황
A :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봐.”
B : “근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어.”
A : “그럼 적성검사부터 해볼래?”
B : “근데 그거 해봐야 더 헷갈릴까 봐…”
→ 이 게임은 변화를 막는 심리적 저항이 핵심입니다.
추가예시 2 – 팀 아이디어 회의
팀장 : “브랜드 색깔을 더 강하게 바꿔보면 어때?
디자이너 : “근데 너무 튀면 기존 고객들이 싫어할 수도 있어요.”
팀장 : “그럼 소폭 조정만 해보자.”
디자이너 : “그럼 또 눈에 안 띄게 될까 걱정이고요…”
→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론이 납니다.
이 게임은 해결 자체가 두려운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벌이는 일입니다.
무언가를 바꾸는 대신, 계속 ‘상담’이라는 무한 루프 안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패턴이지요.
✅ 5) 벌 받는 사람 게임 (Now I’ve Got You, You SOB!)
사람이 실수한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공격합니다.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이제 꼼짝 못 하지?”
이 게임은 권력을 되찾거나 우위를 확보하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특히 커플 사이에서 자주 벌어집니다.
“기념일도 까먹고… 역시 당신은 날 소중히 여기지 않아.”“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당신의 본심이야!”
※ 이 게임은 결국, 사랑이 아니라 ‘승부’가 목적이 됩니다.
추가 예시 1 – 커플 간의 불씨 폭발
남 : “퇴근하자마자 연락하려고 했어.”
여 : “그래서 지금 시간 봐봐. 10분 늦었지?”
남 : “미안, 전화하려다 회의 때문에…”
여 : “됐어. 네 우선순위가 뭔지 이제 확실히 알겠네.”
→ 작은 실수 하나를 ‘진실의 증거’로 확대 해석하는 방식.
추가 예시 2 – 상사의 예리한 공격
직원 : “회의 자료가 누락됐네요… 확인이 늦었습니다.
상사 : “아니, 내가 항상 말했잖아. 꼼꼼하게 하라고. 이러니까 일이 안 풀리지.”
→ 무의식적으로 ‘지금이 권력 회복의 찬스’라고 느끼는 상황.
3. 왜 우리는 심리적 게임에 끌리는가?
심리적 게임은 외로움, 인정욕구, 분노, 피로감, 불안 등 해소되지 않은 감정의 배출구입니다.
특히 아래 같은 상황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 관계에 명확한 역할이 없을 때
-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 어려울 때
- 권력 구조가 불균형할 때
즉, 감정을 솔직히 말하지 못할 때, 우리는 게임으로 말합니다.
4. 심리적 게임에서 벗어나는 방법
1) ‘게임의 룰’을 인식하라
“이건 나와 상대의 감정이 아니라, 게임일 수 있다”는 자각이 시작입니다.
2) 역할에서 이탈하라
당신이 구원자라면,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책임까지 지려 하지 마세요.
피해자라면, 자신의 감정을 직접 말해보세요.
3) 대화가 아니라 감정에 귀 기울여라
조언보다 “그게 많이 힘드셨겠어요.”라는 공감이 게임을 멈추게 합니다.
5. 오늘의 실습 과제
1️⃣ 대화 중 “하지만…” 게임이 감지되면, 조언을 멈추고 다음처럼 말해보세요.
→ “혹시 무언가를 해보는 것보다, 누군가가 지금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걸까요?”
2️⃣ 누군가가 자신을 피해자처럼 설정하려 할 때, 그 ‘역할놀이’에 들어가지 마세요.
→ “정말 힘든 상황이네요. 그런데 이건 제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마무리하며 – 심리적 게임은 ‘정서의 언어’다
우리는 모두, 때로는 조종하고, 때로는 조종당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의도적이라기보다, 내면의 결핍이 만들어낸 커뮤니케이션의 왜곡일 때가 많죠.
심리적 게임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를 이해해 줘. 단, 직접 말할 순 없으니, 게임으로 보여줄게.”
이제 우리는 그 게임의 룰을 알았습니다.
이해할 수 있다면, 바꾸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관계는 바둑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입니다.
룰을 넘어서야 진짜 소통이 시작됩니다.
경고문 :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은 심리학적 이해를 돕고 자기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되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인을 부당하게 조종하거나 이용하려는 비윤리적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조장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윤리적 책임을 다하며 상대방의 권리를 존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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